가정과 커리어를 지켜주는 펜스 룰

당신이 정말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당신의 삶을 파괴할 목적으로, 성폭력 무고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성폭력 범죄로 고소를 당했을 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와는 상관 없이 피고인의 삶은 철저히 파괴됩니다. 가정과 직장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받기도 하죠. 이러한 무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펜스 룰입니다.

펜스(Pence) 룰이란

펜스는 울타리를 뜻하는 fence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미국 전 부통령인 Mike Pence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펜스 룰은 남성들이 여성과 단둘이 있을 때 성적인 유혹에 취약해진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처음부터 여성과 단둘이 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사전에 그런 문제를 차단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폭력 무고로 인한 법적 분쟁이 많아지게 되면서 이 펜스 룰이라는 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위기에 빠진 여성을 도와주었더니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거나, 강도를 대신 물리쳐줬더니 여성이 도망치고 정당방위에 도움이 될만한 진술조차 회피하여 도와준 사람이 되려 폭력 범죄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펜스 룰에 관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펜스 룰을 비롯한 여성과 남성 사이의 거리감이 생기게 된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일찍이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졌던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성범죄로 연루되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2008년에 개봉했던 영화 ‘핸콕’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다친 여자 경찰을 구하는 장면에서 총알이 머리 위로 빗발치는 와중에도 남자 주인공은 여경을 구하기 위해 신체적 접촉에 대한 사전에 허락을 받으며, 성추행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선제적으로 밝히고 여성의 허락을 구하기 전까지는 여성을 구하지 않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미 2008년도에 개봉한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는 영화는 남자가 성폭력으로 인한 무고로 고소를 당했을 때, 자신이 결백함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묘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결말까지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더욱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펜스 룰을 인지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2018년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 재판을 열 때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증거보다는 성인지 감수성과 고소인의 일관적인 진술 여부에 더 무게를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런 증거가 없더라도 여성이 남성와 같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 된다면, 여성은 진술만으로 남성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피고의 여러가지 노력과 준비된 증거들은 여성의 일관된 진술 앞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실제로 드러났습니다. 여러 재판 결과들은 남성들로 하여금 펜스 룰을 더욱 인지하고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과거에 비해 남녀 간 사회적 거리감이 상당히 멀어진 느낌입니다.

물론, 실제 성범죄는 그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과거 사회 활동을 했던 여성들은 기성세대로부터 많은 직장 내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회적 분위기 쇄신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인권을 신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백 번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가해자는 기성세대 남성이고, 피해자는 기성세대 여성이지만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성폭력 가해 전력이 없는 젊은 세대의 남성이고, 젊고 피해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들이 그것을 도구로써 악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런 것들은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는 과도기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과하게 피해를 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펜스 룰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녀 관계에 있어서 신체 접촉에 대한 합의를 사전에 했다는 표준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스개 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냥 웃기는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펜스 룰의 과도한 확장과 차별에 대한 경계

여성 단체들은 여성들이 직장 생활에 있어서 남녀가 평등한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맞습니다. 남녀는 직장 생활에서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등한 권리를 주장하지만 동등한 양의 책임이나 부담을 지는 것은 싫어합니다. 이러한 미성숙한 의식 수준은 과도기에는 필연이지만 여러 사회적 장면에서 여성 직원들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직장 문화는 여전히 개인주의보다는 전체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창의력보다는 조직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제조업 국가에서는 필연적입니다. 펜스 룰을 지키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여성 직원보다는 남성 직원을 선호하는 직장 내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거리감은 성별에 따른 소통이나 업무 연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직장 분위기는 전체적인 업무 능률의 저하를 가져오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입장에서는 성범죄 무고로 인한 커리어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정도의 업무 능률 저하는 개의치 않고 감수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직원은 다른 동료 직원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일을 함께 할 동료로 인식되지 않고,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처럼 간주됩니다. 그래서 회식에서도, 출장에서도, 업무 보고 자리에서도 여성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는 편입니다. 여성들은 중책으로부터 배제되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를 받을 기회도 적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회적 불이익들은 또 다른 남녀 갈등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펜스 룰을 너무 확장하게 되면 여성들의 사회적 기회를 박탈하는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펜스 룰의 다음은 무엇일까

펜스 룰을 비롯하여 그동안 사회적으로 주장 되었던 것들은 모두 남성에게 대책을 요구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남성이 범죄를 의도하지 않았음을 즉,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할 것을 항상 요구 받아왔습니다. 그 결과,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을 피하게 만드는 펜스 룰 같은 것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남성들이 여성을 기피하게 되어 부작용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로 여성들이 남성에게 자신들이 남성들을 고발하여 불이익을 줄 의도가 없으며, 충분히 책임을 수용하고 이행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여성들이 남성에게 너무 많은 조건을 요구한 결과 남성이 여성과 교제하거나 결혼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여성스럽지 않거나 사치스럽거나 요구 조건이 많은 여성들이 결혼 시장에서 남성에게 외면 받다 보니, 여성들은 결국 자신들이 사치스럽지 않고, 여성스럽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여성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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