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분명히 다수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작게는 친구들과 밥 먹을 때, 놀러 갈 때처럼, 의사결정부터 국가의 지도자를 뽑을 때까지 다수결로 결정합니다. 다수결은 결국 집단이고, 집단은 군중입니다. 다수에 의한 의견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는 다수의 의견에 속하는 것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중 심리를 모르고는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군중에 속하게 되는 이유
군중은 여러 사람이 물리적으로 모인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공통된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면, 군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군중에 편입되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심리적인 편안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더라도 주눅 들지 않는 매우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영향을 받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통된 정신을 공유하고, 군중에 속하게 되면 군중 속에서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타인의 인정은 긍정적인 나를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강철같은 정신력을 소유한 사람이라도, 악플을 통해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잘못된건가?’ 싶은 의심이 스멀스멀 떠오르게 됩니다. 작은 균열은 커다란 변화를 만들게 되며, 결국 스스로를 의심하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똑똑하다’, ‘예쁘다’, ‘잘생겼다’, ‘멋지다’ 같은 평가들은 우리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향상시켜 주지만, 방구석에서 스스로 인정해봐야 의미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공감 받을 수 있는 집단에 ‘스스로’ 들어가게 됩니다.
군중 심리가 갖는 힘
군중은 집단의 구성원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군중에 속하는 개인들은 익명성을 보장받습니다. 군중의 이름으로 하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집단의 행위로 간주됩니다. 때문에 개인들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기 쉬워집니다. 무책임한 행동은 폭력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람은 모두 폭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성의 발현으로 인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평소에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단에 속해서 여러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게 되면 책임감이 분산 됩니다. 나 혼자만 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같이 한 사람들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이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듯 개인에게 익명성과 책임감의 분산을 부여하면 평소 감추어진 폭력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힘입어 악플러들이 사람은 괴롭히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특정인을 비난하는 것에 군중 심리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합심하여 그 사람을 파멸까지 몰고 갑니다.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군중이 별다른 견제 없이 커다란 덩치를 가지게 되면 그 힘은 더욱 강해집니다. 군중은 더욱 강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됩니다. 격한 감정으로 치닫게 되면 행위에 대한 의심이나 비판적 의견도 듣지 않게 됩니다. 군중에 속한 개인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기꺼이 희생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지식 수준이 높고 낮은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군중 심리가 형성되려면 공유하려는 감정이나 사상이 매우 간단하고 원초적이어야 합니다. 계층에 상관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전염성과 결속력이 강해집니다. 지식인도 군중 속에 속하게 되면, 일자 무식한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군중 심리가 긍정적인 작용을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의 성공과 번영을 기원하는 군중 심리가 작용하게 되면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헌신과, 명예, 공정, 자기희생 같은 도덕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군중 심리의 한계
군중 심리를 형성하는 핵심 감정이나 사상은 매우 단순합니다. 때문에, 민족의 역사나 교육의 특수성 같이 오랫동안 누적된 감정이나 사상이 아닐 경우에는 영향력이 짧습니다. 특정 이슈에 기대어 군중 심리가 형성되더라도,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특정 인물에 대한 가십 기사에는 군중 심리가 쉽게 형성됩니다. 군중이 결집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그게 굳이 사실인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군중은 악성 댓글을 달며 공격을 하게 되지만, 가십이 가짜로 드러났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습니다. 군중 심리에 빠지게 되면 면책 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를 받게 되면 개인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갑자기 공손해지며 후회와 반성을 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군중은 쉽게 형성되고, 또 쉽게 와해 됩니다. 군중 심리에 휩쓸려 무지성으로 행한 개인의 행동만이 남게 됩니다.
군중 심리는 모든 사회적 장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 방송, 돈쭐, 악플, 노동운동, 직업 윤리, 기득권, 자산 가격 등 여러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군중 심리에 의해 실천한 사회적 행위들은 사회 질서를 어떻게 형성해갈 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경제 질서와 관련해서는 악영향이 더욱 큰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