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사무소를 통해 내용 증명을 한 통 보내려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렇다고 법률 사무소에서 보낸 내용 증명이 특별이 더 효력이 있나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개인이 작성하는 내용 증명도 필수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면 추후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근거 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용 증명을 보내는 이유
내용 증명을 작성하려면, 우선 그게 무엇인지는 알아야겠죠. 내용 증명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특정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장이 증명해주는 제도입니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을까요? ‘나는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라면서 발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요구나 계약의 이행에 대해서, ‘계약이 이렇게 되었는데 아직 잘 안되고 있으니까 빨리 계약대로 이행해줘’ 라면서 상대에게 통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적 분쟁에 들어서면 계약의 내용을 당사자가 빨리 이행할 것을 상대에게 촉구한 사실이 있는지도 따지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상대가 순순히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라고 하면 다행이지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는 것을 공신력 있는 제3자가 증명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 역할을 우체국에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신의를 잘 지키던 사람들도 금전 관계가 얽혀 있으면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경제 상황이 어렵고 누구나 돈이 필요한 시점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도 조금씩 태도가 변하기 시작한다면 내용 증명을 보내는 것으로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문서를 3부 출력하여 우체국에 방문하면, 발신인 1부, 수신인 1부, 우체국에서 1부를 보관하여 문서의 내용과 전달 사실을 증명할 수 있도록 처리하게 됩니다. 우체국에서는 3년 간 문서를 보관하게 됩니다.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작성하기
하지만, 우체국에서 하는 역할은 ‘이 문서를 상대에게 전달했다.’라는 그 사실 뿐입니다. 당사자 간의 전 후 관계나 문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용 증명은 작성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의미나 의사 전달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빌려준 돈 갚으라’라고 상대에게 내용 증명으로 통지한 사실이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나중에 법적인 분쟁이 일어났을 때, 과거에 내용 증명을 통해서 돈 갚으라고 통지한 사실이 있다고 재판부에 소명했다고 해봅시다. 그랬더니, 상대가 하는 말이 ‘언제까지 갚으라고는 안 해서 나중에 천천히 갚으라는 것인지 알았다’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판이 길어지거나, 상환 받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거나 하는 머리 아픈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예시이기 때문에 꼭 소명이 안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돈을 갚으라’라고 하나의 요구를 할 때에도, 빌려준 돈이 얼마인지, 언제 빌려줬는지, 그래서 얼마를 갚았는지, 갚아야 남은 돈이 얼마인지, 얼마를 갚으라고 할 것인지, 언제까지 갚으라고 할 것인지 상세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용 증명을 작성할 때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발신인과 수신인의 성명과 주소, 발송 일자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보통 채무 관계에 대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이럴 때 들어가야 하는 내용은 채무 관계가 성립된 이유, 금액, 조건, 경과, 요구할 내용, 요구 금액, 요구 기한 등을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추후 분쟁에서 근거 자료로 사용할 때 도움이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육하원칙에 따라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원인되는 행위가 발생했는지, 그에 따라서 요구하는 것이 왜 타당한지 논리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주어가 생략되거나, 목적물이 생략되는 문장이 많을 수록 문서를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에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내용 증명의 한계
내용 증명은 ‘상대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했다’라는 사실관계만 확인해줄 뿐, 그 내용에 대한 법적 효력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며칠 내로 채무를 청산하지 않으면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한다.’라는 등의 조건이나, 상대에게 의무나 책임을 추가하는 내용을 적어봐도 특별히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언제 어떤 의사를 전달했다 라는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내용 증명은 수신인 본인이 수령해야 하는데, 상대방의 의도적으로 수령하지 않아 반송 되는 경우에는 내용 증명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발신인은 의사를 전달한 사실도 증명할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공들여 쓴 내용 증명이라 할지라도, 상대는 ‘그런 것은 받은 적이 없다’라는 것으로 끝날 뿐입니다.
이것은 발신인이 직접 작성하거나 법률 대리인이 작성하거나 같습니다. 높은 비용을 들여 사무소에 내용증명 작성을 의뢰했다 하더라도 수신인이 수신하지 않으면 딱히 방법이 없는 것이죠. 비싼 의뢰 비용만 날리게 됩니다. 그래서 의뢰를 할 때는 신중하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증명은 유용합니다. 상대에게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음을 예고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내용 증명을 발송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소송으로 가면 질 것이 명확하다는 것은 채무자도 잘 알고 있어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