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해 내 보증금을 모두 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내 전재산인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인데,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전혀 보증금을 보장해 줄 생각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죠. 그러다 알아보게 되는 것이 셀프 낙찰입니다. 집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는데, 그 집을 낙찰 받아도 괜찮을까요?
셀프 낙찰, 받아도 될까요?
현재 부동산에서 알아본 전셋집의 거래 가격은 아마 보증금보다 낮은 상태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사지 않는 집을 내가 사게 되는 것이 좋을까요? 대답은 ‘예스’입니다. 어차피 내가 사지 않는 이상 대항력이 있는 한은 다른 사람들도 낙찰을 받지 않게 됩니다. 그럼 경매 진행 중인 상태에서는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현 상황에서는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도 보증금을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계속 살아야 한다면, 낙찰 받고 맘 편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다만, 울며 겨자먹기로 강제로 집을 떠안아야 하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들에게 정부에서는 몇 가지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셀프 낙찰을 받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
정부에서 주는 혜택 첫번째는, ‘낙찰가액의 100% 대출’입니다. 현재는 주택을 구매할 때 최대로 빌린다고 하더라도 구입 금액의 80%가 한도입니다. 보통 주택을 구입할 때는 자기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 자본이 하나도 없어도 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낮은 금리’입니다. 최저 1.85%의 금리에서 최대 2.7%의 고정 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게 왜 혜택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추가로 설명하자면, 현 전셋집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살고 있었다면 전세금의 4~5%정도 되는 이자를 지불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에 해당되는 대출을 통해 집을 낙찰 받게 되면, 이자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전세보증금 대비 월세의 비율을 한번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보통 3억의 전세 보증금이 형성되었던 빌라의 경우에는, 매매가가 3억에 훨씬 못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빌라들의 월세가 월 100만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3억에 대한 최대 금리 2.7%의 연 이자는 810만원이지만, 그 집을 월세로 주어 세를 받는다면 연 1200만원의 월세 수입이 생깁니다. 낙찰을 받아 다른 사람에게 월세를 주게 되면, 월 400만원 가량의 추가 수입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낮은 이자는 큰 혜택이 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무주택 유지’ 입니다. 주택을 낙찰받더라도 무주택 기간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청약에서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낙찰 받은 집에서 계속 살더라도, 장기간 이자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아파트에 청약을 하여 이사를 갈 때까지 무주택자 요건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나 월세 집을 계약 만료마다 새로 구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이사의 부담이 한층 덜어지게 되는 것이죠.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거비는 지속적으로 오르기 마련인데, 주거비가 고정되어있으며, 언제든지 무주택자 자격으로 청약을 신청하고, 아파트에 입주할 때까지 안정적인 주거를 얻게 된다는 점은 꽤나 큰 이점입니다.
낙찰 받은 집, 제 가격에 팔수 있을까
여러가지 혜택에도 불구하고, 아마 가장 걱정되는 점은 지금 빌라의 가격이 보증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상황에서 나중에 제 가격에 팔 수 있을까라는 고민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비싼 자산을 매매하게 되다 보니,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소 수년 이상 낙찰 받은 집에 살다 보면 어느새, 낙찰 받았던 가격 이상으로 주택의 시세가 상승해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주거비가 오르는 만큼 자산의 가격이 추후 상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주거비는 계속 오르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주거비가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 문제가 현재는 이슈화되어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지만, 과거에도 전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해 자신의 집을 울며 겨자먹기로 낙찰 받았던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그렇게 낙찰 받아서 몇 년 동안 살다 보니 나쁘지 않은 가격에 집을 매도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해 빌라를 셀프 낙찰받은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작가도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이야기지만, 결국 그 작가도 후에는 낙찰받은 빌라를 적당한 가격에 처분할 수 있었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전세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절망감과 분노, 그리고 일부 또는 전부 보증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많은 시기일 수 있지만, 어차피 방법은 셀프로 낙찰 받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혜택을 받아 낙찰을 받고 몇 년 동안 지내다 보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상황이 변화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절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