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자산 시장에서 특별하고도 매우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 값은 금리가 내려갈 때 오르고, 금리가 올라갈 때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금값은 어떻게 되는지, 금이라는 자산과 금리의 상관 관계가 어떻게 되는 지 알기 위해서는 금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은 국적 없는 화폐
한 국가에서 전쟁이 나면 그 나라의 화폐는 가치가 없어집니다. 왜냐면, 화폐는 나라의 신용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라서, 나라의 존속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그 나라의 화폐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화폐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나라가 없어진다면 그 화폐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전쟁 같이 국가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식량, 의료 용품, 무기 같은 실물입니다. 돈은 ‘무엇과 바꿀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그냥 종이일 뿐입니다. 그래서 평상시 돈은 물건과 바꿀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전쟁이 났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돈을 찾지는 않고,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찾습니다. 더 좋은 물건과 덜 좋은 물건을 바꾸는 ‘물물교환’의 형태도 적지 않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사람들이 받아주는 화폐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금’입니다. 금은 국가가 망하는 것과 상관 없이 어떤 국가에서도 일정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발발한 나라가 망하는 것과는 별개로 금은 그 자체로 어느 국가에 가서도 화폐와 교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 화폐 이전부터 이미 화폐로서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우리 나라가 1998년 IMF의 수렁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화폐는 세계적으로 휴지 조각처럼 가치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금은 아니었습니다. 금은 그 나라의 화폐 가치와 상관 없이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이 동참한 금 모으기 운동은 우리 나라의 빚을 빨리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금의 가격은 금리가 내려갈 때 오른다
금은 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이 오릅니다. 그리고, 금리가 내려갈 때는 금 말고도 모든 자산이 오릅니다.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화폐가 많이 유통된다는 것이고, 화폐가 많이 유통된다는 것은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500원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이,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5000원으로 사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인플레이션은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의미하는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금리가 내려갈 때 금은 그 가치에 특별히 변화가 없지만,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금의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금의 가치가 특별히 오른 것이 아니라, 화폐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 표시되는 가격만 오르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이럴 때는 금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자산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금이 자산 군에서 특별히 가격이 올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금은 리스크가 발생할 때 가격이 오른다
금이 본격적으로 가치를 발휘하는 때는, 국가에 리스크가 생길 때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쟁이든, 국가가 패망하든 나라의 존속이 위태로워 질 것 같으면, 사람들이 그 나라의 화폐를 버리고 ‘국적 없는 화폐’인 금을 찾게 됩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당연히 금의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 때는 금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니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다른 자산들 보다 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 눈에 띄게 됩니다.
또한 이럴 때는 금리가 내리던, 금리가 오르던 상관 없이 국가의 리스크가 지속되고 계속되고 있다면, 금의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니 금을 귀하게 만들고 가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 라기 보다는 ‘리스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내릴 때 금값이 오른다고 하여, 금리가 오르면 금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수를 하게 됩니다.
통상 금리가 오를 때 경제위기가 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금 값은 높아지게 됩니다.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금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그 전망은 틀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금처럼 고금리에서도 금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위기의 가능성이 커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금의 가격은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금의 가격이 높다고 해서, 금리가 내려가거나, 금의 가격이 낮다고 해서 금리가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흔히 A는 B라는 명제에 아무 의심 없이 B는 A라는 역의 관계가 성립한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 이렇게 역의 관계가 문제 없이 성립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금의 가격은 금리를 포함한 세계 경제의 상황을 반영하여 형성되는 것으로, 결과에 해당할 뿐이지 원인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금 값이 높다고 금리가 더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을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금은 현재의 금리 상황, 앞으로의 금리 상황을 반영하여 현재의 가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